카야쿄이 아트캠프(Kayaköy Sanat Kampı) 2일차. 세인트 니콜라스 섬 (St.Nicholas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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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침이 왔다. 1~4일 차의 일정은 거의 비슷한 편이다. 아침식사 후 워크숍을 하고 점심 먹은 후 해변. 이 정도의 일과를 반복한다. 다만 해변이 매일 바뀌는 정도? 감안하고 봐주시길. 그럼 스타트
아침 식사로 메네멘이 나왔다. 토달볶인데 간장이 빠진 맛이다. 정말 맛있음.. 참깨소스+꿀과 메네멘 덕분에 빵을 리필까지 해가며 배 터지게 먹었다. 밥 먹으며 배운 터키 말은 Afiyet olsun! 맛있게 드세요 라는 뜻이다. 식사 전에 이 말을 하고 다니면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해 준다 후훗
함께 식사를 하는 팀은 조금씩 바뀐다. 그냥 자리 나면 서로 끼여앉기 때문이다. 이 날은 아마 Gulsun, Hulya, Turker, Goknur였던 것 같다. Turker는 일로 인해 한국에 가본 경험이 있어서 신기했다. 터키 시골에서 '합정'을 들을 줄이야... 숙소가 거기였다고 한다. 한편 이날 Goknur의 나이를 알게 되었는데 믿기지 않는 나이로 인해 깜짝 놀랐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둘째날 리듬 수업은 야외에서 진행했다. 전날도 그렇고 Rhythm Lesson 이라기보다 Spiritual Lesson 인 느낌...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종이에다 당시 떠오르는 생각을 와구와구 적었다. 근데 내가 그때 하던 생각이라고는.. '병아리 만져보고 싶다. 지반(아기) 귀엽다. 다들 뭘 쓰는 걸까' 이런 것들 뿐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거의 에세이를 쓰더라고. 그래서 좀 당황했다. 다들 뭘 그렇게 쓴 거예요..? Ufuk에게 나중에 물어보니 짧은 소설 같은 걸 썼다고 한다. 그리고 긴장을 풀기 위한 요소로 스트레칭 같은 것들을 하고.. 아무튼 아주 특별한 수업이었다. 그리고 꽤 쓸모 있는 말을 배웠다. 바로 Bana ne와 Sana ne. Bana ne는 I don't care이라는 뜻이고, Sana ne는 None of your business라는 뜻이라고 한다. 어색한 사이에 쓸 말은 아니고.. Ertan 이와 친해지고 걔한테만 좀 써봤다.
Adin이 Jess에게 아주 귀여운 모자를 만들어줬다. Jess 는 정말 귀여운 천사 강아지.. 이렇게 순할 수가 없다. 사람 좋아하고.. 착하고.. 귀여워.. 동물에게 정 붙이면 떼기 정말 어려운데 Jess가 벌써 보고 싶다. ㅠ
짱 귀여운 아기 Zevan 정말 정말 귀여워서 한 번 안아보고 싶었는데 내가 웃기만 해도 울려고 함.ㅠㅠ 제일 귀여운 건 머리꼬리.. 일부러 말아놓은 듯한 꼬랑지가 정말 귀엽다.
점심으로는 피망에 볶음밥을 채워 구운 음식이 나왔다. 그리고 누들 수프 같은 것도 있었는데 이건 내 입맛엔 안 맞았다. 수박 엄~청 달고 맛있어서 실컷 먹었다. 수박 좋아
이날 오후 일정은 1. Gemiler Beach > 2. St Nicolas Island 였는데 1번에 가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알고 보니 물도 다른 곳보다 덜 깨끗하고, 사람도 많아서였음. 숙소에 있으면 뭘 하겠나 싶어서 우리는 1번부터 갔다. Zehtan이 이 날 일정을 쉬기로 해서 Ufuk와 셋이 함께 다녔다. Gemiler beach는 전날에 간 Darboğaz beach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보니 가족단위, 어린이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물도 확실히.... 그래도 선베드까지 빌려 (3개를 빌려서 인당 200리라였다) 야무지게 놀았다. 나는 물 좋아하니까.. 이 날은 누들을 안 챙겼는데 깊은 곳에 도저히 아무것도 없이 들어가진 못하겠어서 해변 마켓에서 기어이 팔에 끼는 암튜브를 샀다. 온 해변을 통틀어서 그걸 차고 있는 사람은 10세 미만 어린이들과 나뿐이었지만 쪽팔림보다 생존이 우선이니까.
1번 일정이 끝난 뒤에 캠프 사람들이 합류해서 보트를 타고 세인트 니콜라스 섬으로 갔다. 오직 보트를 타고만 섬으로 갈 수 있는데, 여기 섬에서 또 수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래서 사람들이 게밀러 해변에 안 간거구나!! 경력직들의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섬의 바다는 정~말 깨끗했다. 아주 깊은 곳 까지도 물 아래가 다 보였다. 암튜브를 끼고 열심히 깊은 곳 아래를 바라보며 튀르키예의 바다를 만끽했다. 물고기도 잘 보이고 정말 좋았다. 수영을 잘 못해도 물이 좋아~~ 언니는 먼저 나가고 나는 물속에 더 있었다. 멀리서 앉아있는 언니를 보는데 너무 재미있었던 게 Omer, Zafer, Mustafa 아저씨 세 명이 언니를 둘러싸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 언니가 파리에 살아서 궁금한 게 많았던 듯..? 그래서 내가 아저씨 콜렉터라고 해줬다.
수영을 하고는 산 위에 올라 노을을 보기로 했다. (이러다 등산 고수 될듯..)
여기도 유적지라 입장료가 필요하고, 인당 110리라 정도이다. 그런 줄 모르고 현금을 별로 안 가져왔는데 Zafer가 총대를 메고 여기저기에서 돈을 빌려다 주었다. 모두 고맙습니다. ㅠ St.Nikolas Island 섬은 Gemiler Adasi 게밀러 섬이라고도 불린다. 산타클로스 교회가 있는 곳으로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이런 유적들을 볼 수 있다. Abandoned village 와 비슷한 느낌이다.
등산은 힘들지만 열매는 달다. 멀리 보이는 산이 정말정말 멋지다. 물속에서 놀 때도 저 산을 보는 게 좋았다. 역시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
저 V자 굴곡 사이로 해가 지기까지 기다린다. 역시나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고 떠들었다. 두 번의 수영으로 지쳐 큰 무리에 끼기보다는 Mustafa 씨, Ertan과 셋이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튀르키예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이 물어보고 한국에 대한 질문도 많이 답해드렸다. Mustafa 씨는 백과사전 같은 분이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있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해주셔서 튀르키예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수영+등산 콤보로 힘들어 죽기 직전이었지만 인증샷도 놓치지 않고 찍었다. 해가 지며 하늘이 붉게 물들었을 때 산의 색이 변했는데 그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세인트 니콜라스 섬의 일몰⬇️
https://www.instagram.com/reel/C-5D6KYtFtm/?igsh=MWg2ZjU2YnY0czNkaw==
돌아갈 때에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보트를 타고 해변가에 왔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차를 타고 캠프로 돌아갔다. 이때 초등학교 선생님들인 Cem, Ozgur, Burcu와 차를 같이 탔는데 Cem이 너~~ 무 웃겨서 배가 찢어지도록 웃었다. 이 캠프에 보물들이 정말 많이 숨어있구나 새로 느꼈다.
아주 늦게 먹은 저녁. 근데 피곤해서 많이 먹지도 않았다.
이 날은 신체활동이 워낙 많았어서 아주 지쳐있었다. 그래서 밥만 먹고 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 것 치고 잠은 또 안와서.. Tavla 앱을 깔아버림. 하다 보니 재밌어서 새벽 세시까지 해버렸다. 근데 한 판도 못 이기다 마지막에 겨우 한 판 이겼다.
튀르키예 게임 타블라에 중독되어버린 나.. 새벽 세시에 잠든 후 다음 날 일정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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